<2016 방송대인 독서 분투기 대모집> 심사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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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10-04 | 조회수 | 1247 |
<2016 방송대인 독서 분투기> 심사를 마치며
유난스러웠던 폭염에도 불구하고, 방송대인들이 벌인 지적 분투가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이나 독후감을 작성하여 겨루는 대회란 독서를 독려하기 위한 행사이지만, 부러 그런 행사를 벌여야 할 만큼 책 한 권을 온전히 읽기 힘든 현실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번 독서 분투기에 총 315편이 응모되어 응모작 수가 작년도에 비해 28%나 증가했을 뿐더러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학부 전체가 한 학과도 빠짐없이 참여했다고 하니, 해를 거듭할수록 이 행사로 이는 반향이 반갑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방송대인들이 각자 서 있는 자리와 시간 속에서 책 읽기를 통해 하나가 되는 모습이 미소짓게 한다.
읽는 책의 분야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대개 삶에 유용한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서이다. 많은 이들이 책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혜를 구한다. 하지만 독서는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목적 없이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책을 읽는 동안 잠시나마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사고를 내려놓으며,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읽고, 내면의 지평을 넓혀나간다. 따라서 독서는 글과 대면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론 세계와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려는 욕구 안에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소망과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 속에서 설 자리와 갈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가 내재해 있다. 그런 점에서 책 읽기는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며 과거, 현재, 미래의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서평과 독후감은 책을 읽고 난 후 논리적 평가와 개인적 느낌을 적는 글이지만, 일기장에 끼적이는 사적이고 은밀한 이야기가 아닌 책과 소통하며 길어낸 의미와 울림을 정리해보는 작업이다. 저마다의 관심,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방식, 또 그것을 드러내는 접근이 다르듯, 잘 쓴 독후감에 대한 기준 역시 심사자의 저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54편의 글들은 모두 저마다의 장점을 지닌 글이었다. 어떤 일률적 기준을 두고 줄을 세우기 힘들 만큼 한 편 한 편이 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소중한 글들이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에 눌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글이나 반대로 자기 목소리가 너무 커 책이 전하는 주요한 목소리를 덮어버리는 글을 좋은 서평이나 독후감으로 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의 내용을 길게 나열한 뒤 직관적인 인상이나 간단한 소감만을 덧붙인 글, 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신변잡기적 이야기만을 늘어놓은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심사 기준에 따라 책에 대한 이해도와 개인적 감상 표현 양쪽에 똑같이 무게를 두고 가능한 한 객관적 심사를 진행한 다음, 몇 편의 후보작을 놓고 두 심사자 간 토론을 벌였다. 잘 다듬어진 글보다는 서투르더라도 진심이 담긴 글을 뽑으려 노력한 결과, 마지막까지 마음을 잡은 두 편의 글은 ‹모두가 행복해지는 교육의 신세계를 기대하며›(배재선, 중어중문학과)와 ‹교실이데아›(이정수, 법학과)였다. 케빈 캐리의 «대학의 미래»를 읽고 쓴 배재선의 글은 책에 대한 이해력과 글의 구성력, 문장력을 고루 갖춘 글이다. 대학 입시를 위해 악전고투하는 딸을 둔 어머니로서 단순히 책에 말해진 것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자신의 삶으로 끌고 들어와 소박하지만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체계적이면서 어렵지 않은 단어 선택과 문체로 자연스럽게 잘 읽힌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글은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울림이 있고 빛이 나는 것 같다. 다음으로 조너선 코졸의 «교사로 산다는 것»을 읽고 쓴 이정수의 글은 자기주장과 개성이 명확한 글이다. 학교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풀어나가면서도 글쓰기에 있어서도 자유로움을 충분히 발휘한 것으로 평가했다. 뽑고 보니 두 편 모두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교육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배재선의 글을 최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글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불어불문학과 선영아, 청소년교육과 주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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