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로의 이행과 중산층의 성장이라는 큰 흐름을 배경으로 탄생한 아동문학은 중산층의 성장, 계몽주의, 복음주의, 낭만주의, 제국의 팽창, 성장신화의 동요, 시민권 운동 등에 의해 사회가 영향을 받을 때마다 비교적 명확한 방식으로 이에 반응하고 개입했다. 언제나 어린이 교육이라는 목적을 염두에 두고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아동문학은, 제국이 팽창하던 시기에는 모험소설과 학교소설을 통해 제국 경영을 위한 엘리트 양산에 개입했고, 성장신화가 동요하던 시절에는 목가적 어린이상을 창조함으로써 성장 이전의 자연과 어린이에게서 병든 어른 세계를 치유할 힘을 찾고자 했다. 또한 시민권 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에는 청소년문학을 통해 다문화, 성, 젠더, 과학 발전 등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처럼 아동문학의 지형 변화를 간단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아동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님이 분명해진다. 아동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시대마다 어린이들이 향유했던 이야기들을 맛보는 것이며, 더 나아가 어린이들이 읽을 건전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이에 따라 『영미아동문학』은 학생들이 시대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동문학의 지형을 탐색하고 이와 연결시켜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아동문학 탄생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평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들을 발췌하여 수록했다.

책에 수록한 작품을 간단히 살펴보면, II장 A Token for Children(1671~1672)은 탄생기 아동문학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III장 The History of Sandford and Merton(1783~1789)은 18세기 지식인이 아동문학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어린이 교육을 도모했는가를 보여 주며, IV장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1865)는 19세기 빅토리아조 판타지 문학의 진수를 보여 준다. V장 The Jungle Book(1894)을 원작으로 읽는 경험은 영화, 만화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성된 Mowgli 캐릭터 이미지를 원작과 비교하면서 비판적으로 고찰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VI장에서는 The Adventures of Tom Sawyer(1876)를 읽으면서 미국 아동문학에 드러나는 어린이 이미지를 영국과 비교해 본다. VII장 Anne of Green Gables(1908)는 20세기 초 캐나다의 가정과 공동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VIII장에서는 Matilda(1988)를 통해 20세기 말 어른과 어린이의 관계가 이전에 비해 어떻게 변화되고 굴절되었는지, 그러면서도 과거와 어떤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IX장 Roll of Thunder, Hear My Cry(1976)는 한 흑인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사를 통해 미국의 인종문제를 되짚어 본다. 마지막으로 X장에서는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인 The Hunger Games(2008)를 읽으면서 현대 사회와 과학의 발전 방향에 대해 현대 아동청소년문학이 어떤 성찰을 자극하고 유도하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