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오래된 책의 놀라운 이야기_『논어』 공자는 『논어』를 읽어본 적이 없다. 뚱딴지같은 이야기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공자는 그저 말을 했을 뿐이고, 한번 내뱉은 그 말은 여느 말처럼 공중에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그의 말을 기록한 『논어』는 당대에 엮인 것이 아니라 그의 사후 제자들의 기억 속에서 두 세대 동안을 견디다가 제자의 제자 대에 이르러 비로소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록된 내용을 읽어보면 참으로 이상하다. 난생처음 듣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칠 만큼 재미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가슴 불타는 정의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도 없기 때문이다. 『논어』는 새 책이 아니다. 2,50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헌책 중의 헌책이다. 『논어』는 그 긴 세월 동안 참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읽혀왔다. 순자는 『논어』의 편제를 따라 자신의 저술을 남겼고 사마천은 『논어』의 구절로 열전을 시작하고 마무리했으며, 책 살 돈이 없어 서점에서 책을 통째로 외웠다는 한나라의 왕충은 『논어』를 읽은 뒤 공자에게 따져 묻는 「문공」편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송나라의 재상 조보는 반 부의 『논어』로 천하를 다스렸다는 ‘반부논어치천하(半部論語治天下)’라는 말을 남겼다. 전통 시기에 『논어』는 고전이 아닌 ‘경(經)’으로 절대시되었다. 그러나 근대의 길목에서 『논어』에 대한 평가는 '봉건윤리의 대명사'로 지목되는 등 매우 달라졌다. 사실 『논어』를 읽고 나서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는 다 일리가 있는 말이며, 심지어 그 반대로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다만 읽지 않고서는 이 이야기에 끼어들 수 없다. 이 시대에 『논어』가 멍청이의 헛소리가 될 것이냐 아니면 삶의 양식이 될 것이냐는, 모름지기 당신이 『논어』를 어떻게 읽느냐에 달려 있다.
제9부 양화편, 미자편 9 - 1. 양화(陽貨)편: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다 9 - 2. 미자(微子)편: 안 되는 줄 알면서 하는 사람
제10부 자장편, 요왈편 10 - 1. 자장(子張)편: 제자들의 이야기 10 - 2. 요왈(堯曰)편: 내성외왕(內聖外王)의 길
책꼬리에
전호근
1962년생.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맹유학과 조선 성리학을 전공했고, 16세기 조선 성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부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1,300년 한국의 지성사를 정리한 『한국철학사』(메멘토, 2018)와 『대학강의』(동녘, 2017), 『장자강의』(동녘, 2015) 등이 있으며, 은사인 안병주 선생과 함께 『역주 장자』(전4권, 전통문화연구회, 2008)를 낸 바 있다. 아내 김종옥과 더불어 『공자 지하철을 타다』(탐, 2013)를 쓰고, 아이들을 위해 『열네 살에 읽는 사기열전』(메멘토, 2013)을 썼다. 또 『맹수레 맹자』(삼성출판사, 2006), 『동몽선습』(전통문화연구회, 2000), 『동양철학산책』(공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2014),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공저, 알렙, 2013), 『유학,시대와 통하다』(공저, 자음과모음, 2012), 『동서양고전의 이해』(공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공저, 책세상, 2010), 『강좌한국철학』(공저, 예문서원, 1995), 『논쟁으로 보는 한국철학』(공저, 예문서원, 199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