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그리고 죽음……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자들은 종교가 곧 없어질 것이라며 엄청나게 떠들어 댔다. 그런데 오늘날의 실정은 어떠한가? 종교가 사라지기는커녕 세계인구의 84%가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이 믿는 종교가 진리라며 ‘신의 이름’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왜 인간은 이처럼 종교로부터 좀체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대기권 밖으로 위성을 쏘아 대고, 달나라 표면에 발자국을 남기며, 지구촌 구석구석의 사건․사고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이 개명한 세상에서 도대체 사람들은 또 무엇이 필요하고 아쉬워서 종교를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사물의 구성 원리도 이제 알 만큼 알았고, 생명공학과 의학의 발달은 복제인간의 등장과 불치병의 완치를 코앞에 두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인데, 여전히 사람들은 종교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니! 이는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그것은 바로 과학으로도 풀어낼 수 없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 ‘죽음’ 때문이다. 인류사를 통틀어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후세계가 어떠한지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의 상상력이 종교로 발전한 것이며, 종교가 다양한 이유는 일련의 인간집단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의 차이에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어느 종교가 진짜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종교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고, 가치관이며, 또 세계관이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히 ‘문화적’이고 ‘이해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만이 ‘종교문맹’이라 불리는 현대인의 질병을 치유하는 유일한 길이다.
인간이 종교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인간은 인지적 동물이므로 자신이 ‘이해’한 세상을 ‘예측 가능한 것’으로 재구성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만 마음이 편하고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순수함을 잃어버리듯이, 모든 인간은 세계를 ‘이해’한 순간 ‘세속적’인 존재가 된다. 그런데 우리가 속한 세계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우리는 그것을 이해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하거나 경험해 볼 수 없다.
종교는 바로 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과 함께라면 인간은 죽지 않는다고, 그리고 신이 내건 조건을 충실히 따르면 죽음 정도는 쉽게 넘어설 수 있다고, 혹은 죽음을 경험하는 주체가 존재 하지 않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아니면 나는 죽어도 나의 후손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결국 죽음에 치이지 않을 수 있다고, 어떤 이는 아예 죽지 않게끔 몸을 튼튼히 유지할 수 있다고, 이도저도 아니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약을 만들어 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종교는 여전히 죽음을 이기는 지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것이 모든 사람을, 심지어 무종교인이라 주장하는 사람들까지도 종교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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