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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나에서 함께하는 우리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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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나에서 함께하는 우리로

다양한 분야 학자들의 인문학적 소통과 상상
  • 유범상, 이용철, 하혜숙, 이긍희, 정성희, 강상규, 송찬섭, 백영경, 김엘림, 장일, 성미애, 이해주, 조승현, 이봉민 지음
  • 지식의날개
  • 2016년 01월 05일
  • ISBN : 9788920018039 [03300]
  • 424쪽
  • 국판_날개
  • 판매가 : 18,000원 16,200 (1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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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방송대 교수 14인이 함께 고민하면서

부조리한 세상, 나와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묻다!


고독한 ‘시시포스’Sisyphos들이 무한질주하는 전쟁터가 오늘날의 한국사회이다. 하지만 초등 시절부터 대입 준비를 하고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에서 열심히 스펙을 쌓아도 괜찮은 일자리에 안착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장시간 노동과 성과를 요구하는 직장생활도 고달프기 그지없고 결혼을 하게 되면 양육과 자녀교육으로 시시포스의 고독한 노동은 가중된다. 가히 잔혹한 형벌이라고 할 만하다.

카뮈는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그 형벌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살과 종교를 제시한다. 자살이 자신을 살해하는 것이라면 종교로의 귀의는 현실도피에 불과하다. 그래서 카뮈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저항이다. 왜 내가 이 짓을 하고 있지? 누가 나를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던진 거지? 카뮈는 그 저항이 부조리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나는 저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전공이 다른 교수 14인이 함께한 고민

이 책은 수많은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시시포스들이 각자 따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를 한번 들여다볼 필요를 느낀 우리 대학 교수 14인이 모여 집필한 것이다. 전공이 다른 각자가 독립적인 주제로 담론을 펼치지만 한국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깊이 연결되어 있다. 즉 나와 나를 둘러싼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묻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본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제1부에는 개인 차원에서 고민하고 질문해 봐야 할 주제들 – 사유불능의 위험성, 자아의 진실성, 자아 형성과 상처 치유, 불확실성과 통계적 판단, 생활습관과 건강관리 - 을 모았다.

제2부에는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19세기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 우리 근현대사에서의 민본과 민주, 건강격차와 사회적 고통, 권력과 젠더의 문제, 멜로드라마의 사회문화적 기능 - 을 다룬다.

제3부에서는 100세 시대를 맞이한 베이비부머의 가족관계, 시민학습운동, 제2 인생과 협동조합, 집단갈등과 해법,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는 광장을 통한 사회권의 실현 등 미래사회에 대한 주제들을 가지고 탐구해 본다.

 

호모 에코노미쿠스에서 호모 폴리티쿠스로

이 책의 기획을 주도한 유범상 교수는 결론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부조리한 상황을 회피하거나 운명으로 인식하여 순응할 것이 아니라 페스트를 물리친 오랑시의 ‘자원 보건대’처럼 ‘함께하는 우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경제적인 문제는 인간이 하는 일의 일부에 불과하고 실제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에 대해 묻고 더 나은 삶과 그 조건에 대해 함께 상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독한 나’에서 ‘연대하는 우리’로 가는 것은 인간이 호모 에코노미쿠스에서 호모 폴리티쿠스로 전환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실존하는 것이다. 자살공화국에서 사회적 타살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실존하지 못하는 생존의 상황을 호모폴리티쿠스인 ‘시시포스’들이 변화시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연대하여 저항하고 협력함으로써, 실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인 사회권을 보장하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다.





책 속으로

p.24.

‘악의 평범성’은 히틀러가 만든 것이 아니라 히틀러의 생각에 대해 침묵, 묵인, 순응, 방관할 때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문제는 자신이 악을 행했는지 아닌지를 모르고 있다는 점에 있다. 결국 히틀러가 권력을 잡고, 전쟁을 일으키고, 홀로코스트를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히만만이 아니라 아이히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아이히만‘들’이란 아무 생각이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p.36

평범한 사람들의 소통이라는 일상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악의 평범성에 대항한다면 선의 평범성이 나타나지 않을까? 어처럼 선의 평범성이 자라기 위해서는 도처의 공간에서 자각이 있어야 한다. 불의와 부당함에 대한 ‘작은 자’들의 분노가 있어야 한다. 이때 분노는 증오와 다르다. .... 분노는 부정의에 대한 합당한 정의이고, 그 저항 속에서 우리 자신의 욕망과 열정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분노하는 삶은 사랑하는 삶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확장시킨다. 그래서 나는 분노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욕망과 잠재력을 추동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작된 욕망은 우리의 상상력과 공동의 노력을 통해 현실이 된다. 우리는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을 수 있다.

 

p.67

『고백록』 이 단지 자기변명이나 철학적 성찰을 보충하는 부록에 그쳤다면 결코 고전의 반열에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다. 『고백록』에는 어두운 무의식의 심연에서부터 신성에까지 고양되는 변화무쌍한 한 영혼의 스펙트럼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백록』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인간의 내면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전체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백록』을 읽으면서 때로는 우리 자신보다 루소를 더 잘 알고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되며, 이때 그는 도리 없이 3인칭의 존재에서 2인칭의 존재로 변형된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애증을 품을 수는 있지만 결코 무관심해질 수는 없게 되고 싫든 좋든 ‘나’와 ‘너’를 포함한 ‘우리들’ 인간에 대해 성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가 문학을 통해 추구했던 자아는 환상일지 모르지만 그의 문학은 진실로 남은 것이다.

 

pp.92-93

신기하게도 고통은 직시할 때 오히려 고통으로서의 효력이 사라진다. 사실 심리적 고통의 대부분은 고통을 회피하려고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려면 상담자가 먼저 자신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문제를 치유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부모는 상담자와 많이 닮아 있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지 않으면 그 상처는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자신의 고통에 직면하고 자신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나우웬은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아픔에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담자 또는 부모는 자신의 두려움이 만들어 내는 편협한 마음을 깨뜨리고 자신을 개방할 수 있게 된다.

 

p.122

나는 불확실한 세상에 맞서 고독히 서 있다. 수많은 데이터가 내 주변에 있고 나는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나의 판단모형을 새로이 만들고 있다. 나에게 특별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나는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동안 만든 나의 판단모형과 결합하여 새로운 통계적 판단을 하게 된다. 통계적 판단은 불확실성에 압도되어 어떤 결론도 내리기 어려울 때 내가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나를 안내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정리하고 이로부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을 선택하여 진실을 찾아가는 통계적 판단은 저절로 습득되지 않고 오직 연습과 학습에 의해 이루어진다. 빅데이터 시대인 현재 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통계적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묻고 그렇지 않다면 이를 배우고 연습해야 할 시점이다.

 

p.163

“살고 싶다. 의롭고 싶다. 그러나 둘 다 가질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의를 택하겠다”(『孟子』)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부국강병’으로 매진하라고 하는 것은 ‘문명세계에서 걸어 나와 금수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사상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변화였던 것이다. 19세기 중엽 조선은 기존의 삶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과의 전면적인 만남을 목전에 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이처럼 변화하는 세계를 직시하려는 책임감과 비전을 갖춘 정치세력이나 지식인그룹은 좀처럼 부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눈을 감는다고 해서 거대한 변환의 수레바퀴가 그냥 조선을 피해가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선의 약점을 더욱 철저하게 파고들면서 짓밟으려했다.

 

p.196

민주사회라면 국민이 항상 슈퍼 갑이다. 왜냐하면 주권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갑질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국민의 민주적인 의사표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남에게 갑질도 하지 말고 을처럼 굽히지도 말자는 것이다. ...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갑질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갑질을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정치, 경제운영에서 정보에서 소외되고 참여하지 않으면 당하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호갱인 셈이다. 결국 우리 사회도 갑질을 하지 않고 호갱에서 벗어나는 길은 민주라는 보편적 가치가 생활화됨에 따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는 방법일 것이다.

 

p.220

불평등한 사회가 낳은 건강 격차 문제와 함께 개인들이 소구하는 건강증진 행위나 건강에 대한 염려들도 사회적인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신자유주의는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이식을 위한 장기나 생명공학 발전에 힘입은 새로운 치료법 등 의료와 관련하여 상품화될 수 있는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해 놓았다.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해외원정 줄기세포 치료나 대리모 등 생식관광에서도 보듯이 의료의 상품화가 전 지구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에 대해 가지는 불안의 사회적 맥락이나 건강을 위해서 하는 행위들을 개인적인 고통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응으로 보아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p.304

인간사에서 의존은 예외적이거나 특수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회 역시 돌봄을 받고 돌봄을 주는 돌봄관계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보살펴야 하는 공공윤리와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정부는 노인 돌봄을 가족 내 돌봄으로 정리하고 강요하면서 가족 내 노부모-성인자녀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공공성에 입각해서 탈가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시행해야 한다.

 

p.329

사회의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거센 신자유주의적 물결을 넘어 학습사회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는 사람에게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교육과 학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그 배움은 그들의 삶과 관련된 것이어야 하며 지역사회를 토대로 한 것이어야 한다. 지역사회는 인간이 삶의 의미와 존재가치를 발견하고 자기 존재의 참된 가치를 구현하며, 자기를 완성해 나가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우리는 평생학습을 통한 사람만들기, 사람들에 의한 지역만들기 그리고 그것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평생학습사회를 만들어보자.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평생교육 또는 평생학습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p.370

“우리의 공감 부족에 대해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 보는 것, 자신과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입니다. 배고파하는 아이들의 눈, 해고된 철강 노동자의 눈, 여러분의 기숙사 방을 청소해 주는 이주노동자 여성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고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 우리는 공감을 장려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삶의 주요한 목표가 부자가 되고, 날씬해지고, 젊어지고, 유명해지고, 안전하며, 재미있게 지내는 것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자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강력한 힘을 가진 문화는 너무 자주 이기적인 충동들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p.387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고 열심히 노력만 해서는 누구에게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 상관없이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으며, 구두닦이가 서울대에 입학하는 신화는 사라졌다. 한국사회는 우울하다. 키클롭스 나라에 사는 개인의 우울증은 이런 사회적인 부조리에서 기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OECD 국가들 중에서 단연 1등인 한국인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면 과장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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